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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08.09.29 차경희(전주대학교 전통음식문화전공)

양념으로, 약재로 일인다역의 생강(生薑)

파, 마늘, 생강은 한국음식의 필수적인 향신채(香辛菜) 삼총사이다. 저마다 특유한 매운맛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쁜 냄새를 잠재우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매력만점의 식품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약리효과를 가지고 있어 약재로서의 쓰임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생강은 우리지역에서 퍽 친근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생강이 전라도 17개군현의 토산(土産)으로 기록되어 있을 만큼 전라도 지역의 생산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완주군의 봉동지역은 한반도 최대의 생강 생산지로서의 역사가 깊다.

생강은 인도가 원산지로 동아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열대지역에 여러 종이 분포되어 있으며, 유럽에서는 1세기부터 약용으로 사용되었다. 13세기 영국 왕실에서는 생강을 금같이 귀하게 여겨 생강으로 양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16세기 초 신대륙에 까지 전파되어 이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향신료가 되었다.

중국에서는 2,500여년 전에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지금의 쓰촨성이 생강의 산지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생강이 도입된 시기는 명확치 않으나, 고려 현종 9년(1018) 생강이 왕의 하사품으로 쓰였다는 「고려사」의 기록이 처음이므로, 실제 식용은 그 이전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봉동에서는 언제부터 생강을 재배하였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의 설이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에 중국으로 사신의 임무를 띠고 간 신만석이라는 사람이 생강을 얻어 와서 전북 완주군 봉동에 심었다는 설이다. 또 다른 하나는 「완주향토사료지」에 조선조 영․정조(英․正祖)때의 관찰사 이석우가 관내 순시를 위해 봉동(鳳東)읍까지 행차를 하여 이곳의 산세와 지형을 살펴보고 이 근처에서는 장차 향기로운 풀(香草)이 자라 사람에게 큰 복을 주리라 예언을 하였는데 그 후 향기 있는 풀이 자라기 시작했고 이것이 바로 봉동의 생강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봉동 생강은 괴경(塊莖)의 크기가 크고, 육질이 연하며, 단맛과 향기가 높기로 유명하다. 오랜 생강 재배에 따른 노하우로 생산이 전문화되어 있으며, 토질이 황토색 점질토로 생강재배의 적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찍이 미식가 허균(許筠)도 이를 알아보고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생강은 전주에서 나는 것이 좋고, 다음이 담양과 창평의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질 좋은 봉동의 생강은 조선시대 지역경제에 중요한 일환이 되었다. 「택리지(擇里志)」에는 ‘전주의 생강은 생산량이 많고 질이 좋아 조선후기 까지 거의 전국의 수요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였으며, 생강이 부유한 특정인들이 이익을 독점하는 바탕이 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북학의(北學議)」에는 ‘전주상인들이 생강을 팔기 위해 의주(義州)까지 갔다.’고 한 것으로 보아 전주를 거점으로 하는 상인들에게 생강은 튼튼한 자본을 제공하는 향토식품으로 한 몫을 하였고, 당시 상인들의 활동영역이 대단히 넓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전주에서 초가을에 나는 생강으로 정과(正果)를 만드는데 그 맛이 천하일미라고 하였다. 이 생강으로 빚는 전주의 이강주(梨薑酒)는 그 명성이 오늘에 까지 이르고 있다.

생강의 알싸한 매운맛, 그 성분은 진저롤(gingerrol)과 쇼가올(shogaol)이다. 이들 성분은 우리 몸에 약용으로 그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동의보감」에서 ‘생강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거나 달고 독은 없다. 담을 제거하고 기를 내리는 작용을 한다.’고 하였다.「논어(論語)」에는 ‘공자는 생강 먹기를 끊이지 않았다.’고 하였고, 권근(權近)은 「양촌집(陽村集)」에서 ‘정신 맑게 하고 악취 물리치니 그 덕 유별하고 / 끊이지 않고 먹기는 성인의 교훈에서 배웠네 / 자라는 곳에는 음과 양이 갖추어야 하고 / 쓸 때엔 생것과 마른 것 각각 다르네 / 모래흙에 깊이 묻혔으니 금란 같고 / 바구니에 따 담으니 흰 수염 달렸네 / 쓸쓸하고 차가운 집에 기미를 돋구니 / 많은 보배 가졌다고 가난한 선비 웃지 말라’며 생강을 노래했다. 공자를 비롯한 선현들의 높은 철학정신의 함양에는 정신을 맑게 해주는 생강이 일조를 한 듯하다.

「홍재전서(弘齋全書)」에는 ‘봄이면 생강 종자를 근신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옛날부터 전해 오는 일이다. 생강[薑]이란 굳셈[彊]을 뜻하는 것으로 강하게 막는 힘이 있다. 느끼하고 나쁜 것을 제거하고 신명을 통하게 하므로, 사람에게 오래도록 복용하게 하면 물들어 가는 구습을 벗고 순수한 지경에 오르게 한다.’하여 입에서 느끼는 매운맛만큼 머리와 가슴을 맵게 단련하는 수련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생강은 그 외에도 항구토효과가 있어 멀미약으로 효험이 있고, 졸음을 없애준다. 또한 구강과 위점막을 자극하여 위산과 위액을 분비를 촉진하므로 식욕증진효과가 있고, 항염증효과와 장의 연동운동을 증진시키고 혈소판응고를 저해시킨다.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에서 생강이 대장암과 유방암에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생강은 한국전통음식으로 편강이나 정과, 차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김치와 육류, 생선요리에 필수적인 양념이다. 또한 빵, 과자, 카레, 소스, 피클 등의 서양조리에서도 감초와 같은 존재이다. 생강은 육류나 생선의 조직을 연하게 하고, 누린내와 비린내를 없애준다. 또한 강한 살균력이 있어서 여름철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장염비브리오균에 살균효과가 크다. 따라서 생선회나 돼지고기를 먹을 때 생강을 함께 먹으면 비린내 제거뿐만 아니라 살균작용으로 식중독을 예방을 기대할 수 있고, 단백질분해효소가 있어 소화흡수를 도울 수 있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생강차가 생각나는 계절이 다가온다.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생강, 그 역사와 효과를 알고 먹는다면 그 맛을 더하지 않을까?

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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