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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상

09.01.23 차경희(전주대 전통음식문화전공)

술맛을 살리는 주안상

주안상은 술을 대접하기 위해 차리는 상으로, 술의 종류와 손님의 기호에 따라 안주가 달라진다. 주안상에는 탕, 전골, 신선로 등의 국물 있는 음식과 찜, 회, 전, 편육류와 육포, 어포 등의 마른 안주류를 차린다. 여기에 식사대용으로 국수나 떡국 등이 올라가기도 하고, 떡류, 조과류(造菓類), 생실과류(生實果類), 음청류 등을 계절감을 살려 차려내기도 한다.

술에 곁들려지는 안주(安酒)는 한자 표기대로 하면 술을 마실 때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안주’라는 단어는 광해군 원년(1609) 명나라에서 사신이 조선을 방문하였을 때 접대한 내용을 기록한 「영접도감의궤」에 등장한다. 이 책에 기록된 안주는 전, 마른안주, 생실과, 조과류를 포함한 미수행과(味數行果) 외에 국수, 떡국, 생선구이, 생선탕,전복탕, 상화, 회 등이 요즈음의 코스별 상차림과 같이 초미(初味), 2미(二味), 3미(三味), 4미(四味), 5미(五味)로 시간에 따라 제공되었다.

주안상차림의 형태는 현재 전해지는 조선시대 풍속화 중 나 등의 연회도 그림을 통해 다수가 참여하는 연회에서 독상차림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조선후기에는 교자상을 이용한 여러 사람이 어울리는 겸상의 주안상으로 변모하였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술문화를 연구하면서 주안상차림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주안상에 대한 기록은 의궤를 제외하고는 찾기가 어려웠다. 「주방문」이나 「술 빚는 법」, 「역주방문」같은 책이 전해지기는 하나 실제 반가(班家)에서 차려졌던 주안상이 어떤 형태였는지를 알아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묘안을 낸 것이 판소리와 고전소설이었다. 바로 몇십편의 판소리와 고전을 탐독하였고 그 결과 「이춘풍전」과 「춘향전」에서 근사한 주안상 대목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것은 조선시대 주안상의 단면을 추정할 수 있는 뜻밖의 소중한 자료였으며, 필자는 덕분에 이를 계기로 「춘향전」의 고장인 남원시와는 주안상 관련한 연구를 3년 째 계속하고 있다.

「이춘풍전」은 집필연대가 영정조시대로 추정되는 조선시대의 풍자소설로 1905년 대 필사한 전사본이 전해지고 있다. 이 소설은 평양을 중심무대로 당시의 타락한 양반의 위선과 부패된 정치상을 해학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춘풍전」의 주안상차림은 기생 추월이 이춘풍의 돈을 탐내 춘풍을 유혹하는 장면에 기록되어 있다. 「이춘풍전」의 주안상 대목은 다음과 같다.

....이말 저말 다 버리고 추월이 분부하되, 주찬(酒饌)을 차려올 제 국화를 새긴 통영반에 주전자 들여놓고 조로록 엮은 홍합, 생선찜, 오화당, 사탕, 귤병, 당대추며, 반달같은 개피떡과 먹기 좋은 꿀합떡과 보기 좋은 화전에 산승웃기로 고여 놓고 꺽꺽 우는 생치(生雉) 들여 정월 맏배 영계찜을 곁들이고, 대모양각 큰 접시에 현초초 전복을 갖추어 곁들이고, 어회, 겨자, 초장, 생청을 틈에 끼워놓고 청실례 홍실례 벗긴 생률, 접은 준시, 은행, 대추, 청포도, 흑포도며, 머루, 다래, 유자, 석류, 감자, 능금, 참외, 수박을 갖추어 왔는데 병치레를 볼짝시면 벽해상의 거북병과 목 움추러진 자라병과 만경창파 오리병, 왜화병, 당화병, 일출병, 율출병을 갖추어 벌여 놓고, 술 치레를 볼작시면 이태백의 포도주며, 도연명의 국화주, 안기생의 과하주며, 석달 열흘 백일주며, 소주, 황소주, 일년주, 계당주 , 감홍로, 향기로운 연엽주를 갖춰 놓았는데, 노자작 앵무배에 섬섬옥수로 졸졸 퐁퐁 가득 부어 춘풍에게 드리거늘....

그 표현이 너무도 구체적이고, 생생하여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사람에게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진안주는 생선찜, 생치연계찜, 홍합초, 전복초, 어회 5가지이며, 떡이 4가지, 당속을 포함한 조과류가 4가지, 계절을 초월한 각종의 과일이 16가지가 서술되었다.

물론 오늘날과 같이 식품의 저장시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름철의 참외, 수박, 포도, 가을철의 밤, 대추, 능금, 겨울철의 유자, 감자가 총망라되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나 논픽션의 소설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저자가 알고 있는 또는 먹고 싶은 과일을 모두 열거했을 수도 있을 듯하다. 실제 「춘향전」에는 용안(longan)이나 여지(litchi)같은 수입과일도 등장하고 있다. 그 외 10여종의 술과 눈이 즐거운 가지각색의 술병이 7종류나 된다. 이 모든 것이 국화무늬 새겨진 통영반(統營盤) 위에 망라되어 있으니, 솜씨 좋은 안주를 포함한 식기류의 호사가 눈에 선하다. 거기에 추월이의 섬섬옥수 고운손이 앵무잔에 졸졸 퐁퐁 술을 가득 부어주니 이춘풍의 애간장을 어찌 녹이지 않았을까?

어회사진주안상사진

원문 보기: https://jbfood.go.kr/juhtml/story/main.html?thid=189&fpmode=view&plcode=000200020000